2019.12.11 ~ 2022.07.22
내가 이번 회사를 다닌 날짜다.
퇴사한 지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주는 몸이 너무 아파서 누워만 있고
그다음 1주는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 만큼 의미 없이 시간을 보냈고
또 다음 1주부터 조금 정신 차리고 보낸 것 같다.
'나는 왜 퇴사를 했을까?'라고 묻는다면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라고 대답하겠다.
회사원이었던 나는 보통 8시~9시에 퇴근하며
그중 주 2일 정도는 10시 또는 11시 근무가 기본이었다.
사업부 내에서 마지막으로 불 끄고 퇴근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렸고
퇴근이 늦는 걸 바꿔보고자 주말에도 업무를 하거나 코딩 공부 등 다른 방법으로 개선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나는 아무도 모르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이미 망가져 버렸다.
(퇴사할 때까지 정말 여러 번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나로 인해 우리 팀은 인원이 3명이 충원됐다.)
보통과 같이 자리에서 급하게 명함을 챙겨서 나가려던 찰나 나는 갑자기 다른 부서원들이 눈에 띄었다.
나보다 경력은 10년은 많아 보이는 타부서 과장님이 업무시간에 오토로 돌리는 게임을 하고 있고,
영업부서에서는 인터넷 쇼핑과 코인을 하고 있었다.
평상시에는 그 사람들이 업무를 잘 쳐내거나, 나도 중간중간 업무 외 일을 하기도 하니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겐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져 버렸다.
갑자기 나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생겼다.
그날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하는 게 다들 이렇게 힘들까?"
"돈 버는 건 다 힘들지"
"....... 이렇게 힘들다고 나처럼?"
"응 다들 힘들게 일하면서 돈 버는 거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평생 이렇게 힘들 거면 '죽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만 회사에 남았을 때 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정말 왜 사나 싶었다. 근데 또 살고싶었다.
(사실 공감과 교훈을 모두 주는 이 친구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스스로가 망가진 게 보인 나는 정신과를 찾았다.
초진이라 간단하게 체크와 상담을 했고,
병원에서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을 나와 약국에서 갑작스럽게 눈물이 났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무것도 못하겠고, 그냥 이대로 무너져버리고 싶었다.
이렇게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게 올해 3월이었다.
부모님과 현재 상황을 얘기하고, 대화를 하는데 어머니가 이렇게 얘기했다.
"나는 예전에 일하면서, 정말 내가 이렇게 왜 일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죽고 싶다. 이럴 정도로 일했었다.
너는 그 정도 아니면 회사 생활 조금만 더 해봐라."
나를 설득 또는 위로하고자 하는 말이었겠지만 나는 곧바로
"..... 나도 정말 죽고 싶었는데?"라고 대답했다.
자식이 부모한테 할 말을 아니지만, 당시에 나는 진심으로 삶의 이유를 못 찾았었다.
일단,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괜찮아질 수 있다는 말에
병원을 꾸준하게 다니기로 했다.
'약을 먹으면 나아지겠지, 회사에 힘들다고 하면 개선해 주겠지'했지만
나는 병원을 다니면서도 회사에서 과호흡이 오고 구토가 잦아졌다.
점점 스스로가 좀먹는 것을 느낀 나는 결국 퇴사라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굳이 왜 그만두는지 전혀 이해 못 하는 자리였다.
(아직도 내가 왜 그만두는지 묻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해 들었다.)
잘 나가는 사업부, 인정받고 있는 직원, 회사 내 친구들도 많고, 항상 웃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퇴사를 하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내가 왜 우울증을 얻게 되었는지는 찾아가고 있는 중인 시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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